삼성은 겉으로 보기에는 늘 성공만 이어 온 안정적인 대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도전과 후퇴를 거치면서 지금의 체질을 만들어 왔습니다. 주력 사업과 실적만 보면 탄탄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조용히 시작됐다가 정리된 프로젝트, 기대와 달리 성과를 내지 못해 전략을 수정해야 했던 신사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런 경험들을 단순한 실패 사례로 소비하는 대신, 삼성이 어떤 관점으로 위험을 받아들이고, 어느 시점에 투자 규모를 조정하거나 사업을 접는 결정을 내려왔는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려 합니다. 기업 이야기를 통해, 독자도 본인의 커리어와 투자 판단에서 ‘위험을 다루는 방법’을 함께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대규모 설비와 자금이 필요한 제조업, 제도·문화적 장벽이 높은 해외 시장,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IT·서비스 영역은 작은 판단 차이도 크게 증폭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삼성은 이런 영역에서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왔고, 그만큼 성과와 손실을 동시에 경험했습니다. 이때 관건은 “성공·실패”라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리스크를 어떻게 측정하고, 실패 이후 전략과 의사결정 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었는가입니다. 아래에서는 자동차 사업, 해외 IT·서비스 확장, 그리고 최근 조직 문화와 실적 이슈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삼성이 위험을 다뤄 온 방식을 조금 다른 표현과 구조로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삼성 자동차 사업 정리: 확장 욕구와 되돌림의 선택
삼성자동차는 삼성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 했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그룹은 완성차를 차세대 주력으로 삼고 공장 부지 선정, 설비 투자, 인력 채용, 협력사 라인 구축까지 빠르게 실행에 옮겼습니다. 전자에 이은 자동차 성공을 통해 ‘종합 제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가 강하게 반영된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같은 거시경제 충격, 예상보다 치열한 경쟁 환경, 초기 투자비 회수의 지연 등이 겹치면서, 이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그룹 전체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프로젝트가 이미 크게 돌아가기 시작한 상황에서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틀자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내부에 시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더라도, 수조 원 단위 투자가 진행된 후에는 “지금 멈출 것인가, 끝까지 가 볼 것인가”라는 선택이 점점 더 무거운 문제가 됩니다. 결국 삼성은 손실을 감수하고 자동차 사업을 매각·청산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는 단기적으로는 큰 상처였지만 그룹 전체의 더 큰 위기를 막는 수습책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새로운 판을 여는 용기” 못지않게 “적절한 시점에 접을 줄 아는 용기”도 리스크 관리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후 삼성은 완성차라는 최종 제품보다는, 기존 강점과 연결되는 반도체·전자부품·전장 시스템 등 모빌리티 가치사슬의 다른 지점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게 됩니다. 같은 자동차 산업 안에서도 “어디에 자리 잡고 어떤 위험을 부담할 것인가”를 다시 정의한 셈입니다. 삼성자동차 경험을 통해, 대규모 제조 프로젝트에 뛰어들 때는 장밋빛 전망뿐 아니라 경기 침체·환율 변동·수요 급락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미리 세우고, 투자 과정에서 축소·중단·전환 같은 선택지를 열어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의 해외 IT·서비스 확장: 통합 설계와 권한 배분의 고민
삼성은 전통적인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IT·서비스 영역에서도 다양한 인수·합작을 추진해 왔습니다.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가진 회사를 편입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실제 통합 단계에서는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수 초기에는 “각자의 강점을 합쳐 더 큰 가치를 만들겠다”는 비전이 제시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문화 차이, 意思결정 속도의 차이, 성과 기준의 미스매치가 표면화됩니다. 그 결과 핵심 인력이 이탈하거나, 현지 조직이 본사의 승인만 기다리는 수동적인 구조로 변해 경쟁력을 잃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좋은 회사를 샀다”는 사실과 “그 회사를 잘 활용한다”는 과제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몸소 느끼게 됩니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산업은 제품 출시와 업데이트 주기가 짧기 때문에, 본사 중심의 통제와 승인 절차가 길어질수록 시장 대응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지에 지나치게 자율성을 부여하면 브랜드 일관성이나 보안·재무 통제 측면에서 또 다른 위험이 생깁니다. 이런 딜레마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삼성은 통합 초기에 ‘어디까지는 전사 기준으로 통일하고, 어떤 부분은 현지 방식과 실험을 허용할지’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시각을 바꾸게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삼성의 해외 경험이 “국내에서 성공한 방식이 해외에서도 자동으로 통한다”는 사고의 위험성을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언어·규제·소비자 취향·경쟁 구도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는, 같은 마케팅 전략이나 유통 구조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비록 몇몇 해외 IT·서비스 시도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 과정에서 삼성은 글로벌 전략을 세울 때 현지 파트너와의 역할 분담, 핵심 인재 유지 장치, 이사사결정 권한 배분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인수 자체가 아니라, 3~5년에 걸친 통합·운영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리스크를 줄이는 진짜 관문이라는 점을 확인한 셈입니다.
삼성의 최근 성과 둔화와 조직 문화: ‘안전한 선택’이 부르는 리스크
과거에는 삼성자동차처럼 한 번에 크게 드러나는 실패가 주목을 받았다면, 요즘 논의되는 리스크는 좀 더 복합적인 양상을 띱니다. 여러 사업에서 나타나는 성장 둔화, 내부 조직 문화에 대한 우려 등이 함께 언급되면서 “삼성의 도전성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일부 임직원·업계 인터뷰를 보면,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면 개인과 팀의 책임이 크게 부각되는 구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위험이 낮은 과제 위주로 움직이게 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런 분위기가 굳어지면, 단기적으로는 실수와 잡음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험과 혁신의 씨앗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조직이 굳어질 수 있습니다.
평가와 보상이 분기·연 단위 실적에 집중되면, 조직은 어쩔 수 없이 “지금 바로 숫자로 보여 줄 수 있는 일”에 사람과 예산을 더 쓰게 됩니다. 반대로 결과가 몇 년 뒤에 나타나는 연구개발이나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습니다. 이때 리스크 관리를 ‘위험한 도전을 줄이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겉으로는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진짜 리스크 관리는 실패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여러 번 시도하고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가깝습니다.
최근 삼성은 조직 개편, 리더십 변경, 미래 기술에 대한 장기 투자 계획, 외부 파트너와의 공동 프로젝트 확대 등을 통해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의 연계, 사내 벤처 프로그램, 장기 연구 과제 등 다양한 실험이 병행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한두 번 실패해도 커리어에 치명타가 되지 않는다”는 신뢰로 이어져야만,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삼성이 걸어온 길을 정리해 보면, 리스크 관리란 결국 위험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실패를 반복 가능한 학습 과정으로 만들기 위한 구조와 문화를 설계하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